최근 여자 배구판에 바람을 불어오는 소식이 있어 소개드립니다. (바람이 단지 미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태풍까지 자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같이 지켜보시죠.)
□ 한국도로공사 세터 이윤정 선수 (꾸벅좌, 유교 세터)
바로 그 주인공은 한국도로공사의 신인 세터 이윤정(24) 선수입니다.
이윤정 선수는 2021-2022년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선택된 선수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스토리, 서사 아니겠습니까?
이윤정 선수의 나이(24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신인이라기에는 나이가 조금 많은 중고신인으로써,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로 향하지 않고 실업팀으로 진출한 뒤 5년 후 프로 신인 드래프트를 통과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서브를 때리기 전에 심판을 향해 인사를 하는 독특하고 예의 바른 루틴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침 이윤정 선수가 주전 세터로 투입된 2라운드부터 팀의 연승이 이어지며 천적 GS칼텍스 상대로 12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압도적인 강자 현대건설의 15연승을 저지하는 등 팀의 성적까지 상승되고 있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브 전 심판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는 모습이 독특하고 귀여워서 팬들이 그녀에게 꾸벅좌 또는 유교 세터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가 너무 고개를 숙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지난 12월 7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의식적으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본인의 루틴대로 경기에 임하였으면 합니다.
팬들이 보기에 좋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최근 IBK 사태처럼 삭막하고 예의 없는 세상에 이윤정 선수처럼 예의 바른 모습이 팬들에게는 참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꾸벅 인사하며 서브를 넣는 모습도 귀엽지만, 작은키로 블로킹을 하겠다고 네트 앞에서 한껏 웅크렸다가 뛰는 모습도 상당히 귀엽습니다)
□ 한국도로공사 이윤정 선수 프로필
이윤정 선수는 배구 명문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를 졸업하였으나, 2015-2016 시즌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고, 이에 KOVO 규정에 따라 5년간 프로무대를 밟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윤정 선수는 수일여중 2년 시절(2011년)에 최수빈, 정지윤 등과 함께 김연경 장학금 3기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고교시절에는 대회 MVP로 선정된 적도 있으나 상대적으로 작은 키(172cm) 등으로 프로에 데뷔하면 많은 경기를 뛰지도 못하고 웜업 존만 달구게 될까 하는 부분을 두려워하여, 좋아하는 배구를 더 많이 뛰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실업 무대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고교시절 같은 시기에 활약했던 동갑내기 선수들로는 강소휘(GS칼텍스), 이한비(페퍼저축은행), 변지수(흥국생명)등이 있습니다.)
2015년부터 5년간 수원시청 배구단 실업팀에서 활약하며 실력과 더불어 프로에 대한 열망을 키워온 그녀는, 올해 다시 프로 드래프트의 문을 두드렸고 2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선택되었습니다.
□ 한국도로공사의 연승 행진과 이윤정 선수 신인왕 도전
이윤정 선수는 1라운드에서는 크게 인상적인 느낌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지난 11월 21일 KGC인삼공사전부터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윤정이 주전 세터로 활약한 2라운드부터 한국도로공사의 팀 분위기도 살아나며 6연승을 이어나가 상대 6개 구단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GS칼텍스로부터의 12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고, 개막 후 최다 연승(12연승) 및 역대 최대 연승 기록(15연승)을 노리던 현대건설의 질주도 막아내었습니다. 현재 한국도로공사는 4위에 위치해있지만, 2위 GS칼텍스, 3위 KGC인삼공사, 4위 한국도로공사의 승점이 31점, 30점, 28점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해 보입니다.
11월 21일(일) 한국도로공사 3 : 0 KGC인삼공사
11월 24일(수) GS칼텍스 2 : 3 한국도로공사
11월 28일(일) 한국도로공사 3 : 1 폐퍼저축은행
12월 2일(목) 한국도로공사 3 : 0 IBK기업은행
12월 7일(화) 한국도로공사 3 : 2 현대건설
12월 10일(금) 흥국생명 1 : 3 한국도로공사
역대로 실업팀에서 뛰다가 온 선수가 신인상을 받았던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윤정 선수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계속되고 팀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한 번쯤 신인상을 기대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단은 좋은 서사를 가지고 있는 이윤정 선수에게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시즌 말미까지 좋은 모습을 잘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면 김종민 감독님의 눈썰미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켈시때도 그렇고 말이지요.
□ KOVO V-리그 여자부 팀 순위 (2021-12-15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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