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오전 11시 30분경,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야마토사이다이지 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당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총기를 쉽게 볼 수 없는 국가이기 때문에 총격 사건, 그것도 국가 지도자급 인사가 백주 대낮에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니 그 충격은 더 컸습니다. 처음에는 한동안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심정지 상태라고만 언급되었으나, 결국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정확한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인터넷에는 한동안 정제되지 않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떠돌았습니다. 한때는 '총격범이 누구냐, 혹시 재일 한국인은 아니냐'라고 하는 일본인들도 있었으나, 현장에서 총격범이 곧바로 제압되고 신상이 알려짐으로써 쓸데없는 이야기는 더 이상 퍼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범은 41세 야마가미 데츠야 전 해상 자위대원
총격범은 야마가미 데츠야(41)로 밝혀졌으며, 한때 해상 자위대원으로도 근무했던 그는, 최근에는 2020년 가을부터 플라스틱 제품 회사 공장에서 파견 사원으로 지게차로 짐을 옮기는 업무를 담당하다가 5월 15일 퇴사했다고 합니다. 주간문춘(週刊文春)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부친과 조부가 세상을 떠난 뒤 모친과 살며 생활고에 시달려왔으며, 2002년쯤에는 모친이 파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야마가미는 모친과 종교를 두고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고 합니다. 야마가미는 모친이 종교단체에 빠져 고액 기부를 하는 등 가정생활을 파탄 낸 것에 대하여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해당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큰 원한을 가지고 있던 중,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 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습니다.
경호의 치명적인 실책으로 밖에...
아무리 평상시 총격 사고 등의 위험이 거의 없는 일본이라지만, 국가 지도자급 인사가 길거리에서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경호원들의 크나큰 실책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첫 번째 총격이 아니라 두 번째 총격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쓰러졌던 것을 보았을 때, 최소한 두 번째 발사는 막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 유세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경호하기 좋지 못한 장소에서 유세를 했으며, 범인이 아베 전 총리의 뒤쪽 7~8m 지점까지 다가가도록 경호원들의 후방 주시가 부주의했고, 첫 번째 총격 직후에도 요인을 감싸고 넘어지는 등의 대응도 많이 늦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제 총기 제작, 한국은 안전한가?
아베 총격범 야마가미는 특별한 정치적인 배경 없이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범행을 저지를 '외로운 늑대'형 범죄자이며, 인터넷 등으로 구한 부품으로 사제 총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등 총기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총기에 대한 지식으로 따지면 한국도 어디에 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도 사제 총기를 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이며, 이미 어둠의 세계에는 많은 밀수 총기와 사제 총기들이 사용되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 역시 평상시 총기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위험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선거 유세 시 정치인들이 시민들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밀접한 행보를 이어가는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언제 이와 유사한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어떤 인물이었는가?
아베 전 총리는 8년 8개월을 재임한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2006~2007, 2012~2020)로써, 2013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한국 법원의 일제 강제 동원 노동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 규제 보복조치 실시하는 등 여러모로 한국인들이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아베노믹스라는 정책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꾀하였으나,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갈리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개헌을 통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을 꿈꾸며 방위력을 강화해온 인물이었는데, 이번 사건 이후 일본의 전쟁 야욕과 개헌에 대한 정책 방향이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일본의 확고한 제1 야당인 자민당의 최고 권력자가 사망한 현재, 일본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주변국의 입장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입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은 오는 12일 도쿄의 한 사찰에서 치러질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각국 지도자들에게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모친, 94세 기시 요코 여사의 건강도 우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어머니 기시 요코 여사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세 중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현재 94세인 기시 요코 여사의 건강 상태 역시 매우 걱정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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