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는 내내 홍두식은 얼마나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있길래, 얼마나 짐의 무게가 크길래 저렇게까지 인내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 왔습니다. 드디어 드라마가 15회에 이르러 그 마음의 짐이 무엇인지 공개되었는데요.
(스포가 있으니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홍두식이 펀드매니저를 하던 시절에 친분이 있던 회사 경비아저씨가 전세금까지 빼서 가입했었던 ELS 상품이 -70%까지 급락하자 경비아저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홍두식이 강력하게 가입을 권유하여 경비아저씨가 가입을 했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 했는데, 드라마 내용을 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저씨가 가입하겠다는 것을 홍두식은 위험한 상품이니 충분히 고려를 해야 한다고 경고를 했었고, 해당 상품을 가입시킨 장본인도 아니었습니다.
상품의 가격이 급락한 후 경비아저씨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담을 해왔을 때, 관련된 사태의 뒷수습을 위해 많이 바빴던 관계로 아저씨의 상담을 충분히 들어드리지 못하고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했는데 그 사이 아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것이지요.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저녁 늦은 시간에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차를 끌고 나가려는데, 너무 놀란 마음에 손이 벌벌 떨리는 모습을 보자 가장 친한 형이 대신 운전을 해주게 됩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가장 친했던 형마저 교통사고로 떠나버리는 일이 발생해버린 것입니다.
가장 친했던 형을 잃고 누나처럼 따르던 형수에게는 철천지 원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남편이 죽은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홍두식이 형에게 운전을 강요한 것도 아니고 같이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는데, 그동안 동생처럼 생각하던 두식을 한순간에 형수는 원수 보듯이 바꿔버렸다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안 됩니다.
게다가 경비아저씨의 아들에게는 주먹으로 맞기까지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경비아저씨에게 ELS를 가입하라고 직접적으로 권유했던 것도 아니고 가입을 받아주었던 장본인도 아닌데 왜 홍두식이 죄를 지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고,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도의적인 책임을 느낄 수는 있다고 하지만, 드라마 내에서 표현된 부분은 너무 과하고 다소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를 15회까지 길게 끌어오며 그 배경이 되어 주었던 서사가 바로 홍두식의 마음속의 짐인데, 막상 공개되고 나니 그동안 이어져온 서사에 비해 그 동기가 너무 미약하여 충분한 감정이입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홍두식이 이 정도로 이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 주변 사람들도 홍두식을 이렇게 대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두식이 직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혹시나 작가가 원래 쓴 내용은 이게 아니었는데 외부의 압력으로 급작스럽게 대본을 수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 마지막 내용은 조금 엉성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재미와 즐거움을 주었던 드라마인데요. 마지막에 이르러서 조금은 용두사미로 마무리되는 것 같은 모습이 보여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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